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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메가프로젝트, 성패는 수도권 집중 아닌 전력 분산"
에너지신문
헤드라인
2026-07-01 09:00
[에너지신문] 정부가 발표한 AI·반도체 메가프로젝트를 두고 첨단산업의 지역 분산과 전력체계 개편이 성공의 핵심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는 전력망과 송전 인프라의 한계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산업 입지를 전력 여건이 우수한 지역으로 분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전환포럼은 30일 발표한 논평에서 정부의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추진 방향에 대해 "전력 공급 여건과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큰 지역으로 첨단산업을 분산하려는 정책 방향 자체는 환영한다"면서도 "실제 내용은 여전히 수도권 공장 조기 건설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평가했다.
포럼은 정부가 발표한 계획에서 삼성전자 평택 생산라인 확대와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일반산단 완공 시기 단축은 구체적으로 제시한 반면, 새롭게 발표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는 착공 시기 등 실행 계획이 빠져 있어 투자 의지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AI가 생성한 이미지.
●수도권 전력망 이미 한계...산업 분산은 필수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는 수도권 전력망의 구조적 한계다. 수도권은 전국 전력수요의 약 43%를 차지하지만 전력자급률은 66% 수준에 머물러 장거리 송전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전압 안정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포럼은 현재 수도권의 문제를 단순한 송전선 부족이 아니라 전력계통의 '전압 안정도 제약'으로 규정했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계획된 10개 팹을 모두 가동하려면 초고압 송전선로 15개가 추가로 필요하지만, 주민 수용성과 송전선 건설 여건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또 수도권 집중은 전력 공급 문제뿐 아니라 전남·충남·경북 등 전력자급률이 높은 지역에서도 송전 제약으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어려워지는 부작용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신규 산업 수요를 전력이 풍부한 지역으로 분산하는 것이 전력망 안정과 송전선 건설 부담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해법이라는 게 포럼 측의 주장이다.
●재생에너지로 반도체 못 돌린다는 주장, 사실과 달라
재생에너지와 반도체 산업의 적합성을 둘러싼 논란에도 반박했다. 국내 전력망이 하나의 계통으로 운영되는 만큼 특정 지역에 공장이 위치한다고 해서 해당 지역의 재생에너지만 사용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 포럼 관계자는 "재생에너지가 간헐적이어서 반도체 공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은 공장이 외딴섬처럼 독립계통으로 운영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RE100을 추진하는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 잠재력이 높은 지역에 신규 공장을 배치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도권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매우 낮아 결국 지방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장거리 송전을 통해 공급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추가 송전망 건설과 주민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포럼은 수도권은 수요관리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하고, 신규 첨단산업은 재생에너지 확보가 용이한 지역으로 분산하는 '양방향 전략'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반도체 용수 논란도 기술혁신으로 해결 가능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물 부족 우려에 대해서도 해외 사례를 들어 반박했다. TSMC가 만성적인 물 부족을 겪는 대만에서도 산업용수 재활용률을 90% 이상까지 높였고,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도 같은 수준의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는 점을 소개했다.
반면 "정부가 제시한 국내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수요는 TSMC 사례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큰 규모"라며 "용수 재활용 기술 혁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용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물 문제 역시 안정적인 전력과 재생에너지 확보 문제로 귀결된다는 설명이다.
●지역별 차등요금제, 정치 아닌 원가 원칙으로
포럼은 올해 시행을 앞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에 대해서도 원가 기반 원칙을 지켜야 함을 강조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단순히 송전거리만 반영하는 제도가 아니라 지역별 전력 수급과 계통 여건을 반영하는 '지역별 한계가격(LMP)' 개념에 기반해야 하며, 수도권의 높은 계통 비용이 전기요금에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포럼은 "수도권이 그동안 지역의 전력자원에 의존하면서 충분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던 구조를 바로잡는 과정"이라며 "정치적 고려로 원가를 왜곡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확한 가격 신호를 통해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를 확대하고, 산업 입지도 보다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럼은 "이번 메가프로젝트는 수도권과 지방의 대립 구도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경쟁력과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정부가 수도권 수요관리와 지역 첨단산업 육성을 함께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