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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권 반도체 전력 해법, 12차 전기본 시험대 오른다

에너지신문 헤드라인 2026-09-11 09:01
[에너지신문] AI와 반도체 산업의 전력수요를 기존 방식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요 전망과 전원 구성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을 제때 공급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 규모뿐 아니라 실제 공급능력과 송전망, 원전 계속운전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과 원자력정책연대는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은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12차 전기본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논의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공급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실제 쟁점은 향후 국가 전력계획이 불확실한 산업수요를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것인지에 모아졌다. 반도체 공장은 수년 안에 건설할 수 있지만 발전소와 송전망은 계획부터 준공까지 장기간이 필요해 산업 투자와 전력 인프라 구축 사이의 시간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론회에서 강창호 한수원 노조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예측보다 대비”...단일 전망치 벗어나야 박주헌 정책평가연구원 연구이사는 12차 전기본을 ‘예측의 계획’에서 ‘대비의 계획’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전력소비 추세를 연장하는 방식으로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에서 발생할 신규 수요를 정확하게 예상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전력수요를 과도하게 전망하면 발전·송전설비 이용률이 낮아지고 금융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수요를 과소평가하면 공장과 데이터센터 투자가 무산되거나 생산 차질과 첨단산업의 해외 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력 공급 부족으로 발생하는 산업적 손실까지 고려하면 수요 전망의 기준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안으로는 하나의 수요 전망치 대신 복수의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예상 수요를 확정수요·고확률수요·잠재수요로 구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수요 발생 가능성에 따라 발전소와 전력망 투자를 단계적으로 결정하면 과잉투자 위험을 줄이면서도 산업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김준한 전력거래소 처장은 “12차 전기본에서 처음으로 시나리오 전망을 도입하고 주요 국가 메가프로젝트의 전력수요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수요를 무조건 넉넉하게 잡기보다는 공급 부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망의 불확실성을 계획에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설비용량 아닌 ‘필요할 때 공급 가능한 전력’이 기준 서남권 전력공급을 판단할 때 재생에너지의 정격용량만으로 공급 여력을 계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호남권에 태양광과 풍력 설비가 집중돼 있어 발전설비 규모만 보면 전력이 충분한 것처럼 보이지만, 기상 여건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만큼 반도체 산업이 요구하는 24시간 전력을 모두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발전설비를 정격용량이 아닌 실제 전력이 필요한 시간에 공급할 수 있는 ‘실효용량’과 공급신뢰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 송·변전망, 출력 변동을 보완할 안정적인 전원을 하나의 체계로 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서남권에서는 재생에너지 설비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송전망 확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출력제어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클러스터의 대규모 수요가 추가되면 발전량 확보와 별개로 전력을 클러스터까지 전달할 계통 인프라가 또 다른 제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토론자들은 반도체 팹 건설에 2~3년가량이 걸리는 데 비해 원전과 송전망 건설은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업시설 가동 시점까지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느냐를 뜻하는 ‘타임 투 파워(Time to Power)’를 12차 전기본의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단기는 가용 전원, 장기는 원전·재생에너지 조합 전력공급 방안으로는 특정 발전원 하나에 의존하기보다 시기별로 이용 가능한 전원을 조합하는 안이 제시됐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원전의 이용률과 계속운전, LNG와 열병합발전, 연료전지, 재생에너지와 ESS 등을 활용해 공급능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신규 원전과 재생에너지, 소형모듈원전(SMR), 무탄소 가스발전 등을 검토하는 방식이다. 이종호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책임연구원은 “반도체 산업이 가격과 탄소배출뿐 아니라 순간적인 전압·주파수 이상에도 민감한 고품질 전력을 필요로 한다”며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조합한 공급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도 “재생에너지와 함께 24시간 발전할 수 있는 ‘청정 무변동성 전원’을 활용해야 전력망과 저장설비의 과잉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논의의 상당 부분은 한빛원전 계속운전과 신규원전 건설 필요성에 집중됐다. 원전 건설기간을 줄이기 위한 설계·인허가 제도 개선과 기존 APR1400 건설 경험 활용, 원전 전력구매계약(PPA) 도입 등도 제안됐다. ▲토론회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정부 “신규 원전·계속운전 검토”...원전 PPA는 ‘ 신중 ’ 강경택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산업정책과장은 “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 국가 메가프로젝트와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수요 전망을 조정하고 있으며, 늘어나는 수요를 어떤 전원 구성으로 충족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규 원전과 계속운전의 필요성도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원전은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실무 검토와 함께 공론화 및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전기본 반영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원전 PPA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기존 원전에서 생산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력을 특정 기업에 배정하면 그에 따른 비용이 다른 소비자와 기업에 전가될 수 있다는 이유다. 기업의 무탄소 전력 선택권 확대와 전기요금 형평성을 동시에 고려할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준한 처장은 12차 전기본에서 필요한 신규 원전 규모가 결정될 경우 영광 지역도 신규 원전 부지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음을 언급했다. 다만 이는 전기본에서 신규 원전 물량이 확정되는 것을 전제로 한 가능성 차원으로, 영광이 신규 부지로 결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향후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성패는 발전설비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시설 가동 시점에 맞춰 필요한 품질의 전력을 실제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12차 전기본에는 수요 전망과 발전원 구성뿐 아니라 송전망과 변전설비, ESS, 건설 일정, 투자비용을 연결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요구되는 만큼 계획상 설비용량보다 ‘언제, 어디서, 어떤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할 것인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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